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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논설위원 |
[한국증권_박동규 논설위원] “규제 타당성 여부를 조속히 검토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할 것”,“핵심 규제들을 중심으로 규제 기요틴을 확대해 규제혁명을 이룰 것”. 듣기만 해도
섬뜩한 단어다.
이 발언은 지난 11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강력한 규제철폐와 혁파의지를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단두대’라는 표현 때문에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란이 뜨겁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 발언 중 가장 ‘자극적이고 섬뜩한 표현’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는 듯하다.
프랑스 혁명 때 공포정치를 주도한 로베스피에르의 무기는 피가 토해내는
웅변이다. 그는 2만 명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공포정치의 상징물인 ‘단두대 방식’으로 처형하라고 외쳤다. 그는 인민주권이라는 이상에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었다. 하지만 단두대에 올라설 때는 민중을 상징하는 ‘상퀼로트(긴 바지)를 거부하고, 귀족적인 (퀼로트)차림이었다.
흔히 정치는 ‘말’로 한다고 한다. 행동에 앞서 정치인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를 대중들에게 말로써 그 진의와 의미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능력이 탁월한 정치인을 또한 ‘말의 정치’에
능한 사람으로 평하곤 한다.
대통령의 말과 어록이 때론 오히려 국정혼란과 국민 분열을 야기하고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과 진의는 오간데 없고 말꼬투리를 잡고 정치적 공방만 난무하게 하는 소모의 정치, 분열의 정치를 양산하는
경우도 많다.
대통령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공직사회의 좀처럼 가시지 않는 관피아
행태로 인해 규제개혁, 혁파는 대통령이 단두대 아니라 ‘몸통 절단대로 처리한다 해도 하세월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직 시 한 발언이나 어록을 되돌아보게 한다.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 시키겠다”,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 안 되길 바란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권력을 통째로 내 놓겠다”등등.
당시 야당과 보수언론 등 반대파들이 노대통령을 가장 공격하기 좋은
‘소재’로 활용되곤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부당한 권력’과 ‘권력과 유착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대통령직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실천적 의지를 가지고 국민과 정적들에게 ‘진실’을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직설적 화법은 대통령이 해선 안 되는 ‘말의 정치의 임계점’을
오르내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역사 속에 성공된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 우리
국민들도 언젠가 ‘참 좋은 대통령’을 보고 싶다.
현재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현재로선 ‘특별히 내세울만한 업적’이
그다지 없다. 자신의 국민행복시대 공약의 핵심인 ‘복지’나 ‘안전한 나라’는 국민들에겐 이미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다. 남북관계 역시
원칙을 고수하면서 유연한 대북정책을 하려 하지만 북한이 녹녹하게 말을 듣지 않고 있다.
결국은 정권의 평가는 ‘민생’이고 ‘경제’이다. 그 활성화의 장애물인
‘규제와 과도한 통제’ 혁파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말의 정치’에서 벗어나 ‘구체적
실천플랜’을 제시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포스런 말의 성찬이나, 말로만 하는 경고는 결국 말싸움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박대통령이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고자 하는 것이 ‘규제혁파’와
‘대한민국의 적폐’이어야만 한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따뜻한 정치’,‘통합의 정치’,‘상생의 정치’까지 올려 싹뚝 자르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 박동규 논설위원 프로필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청와대 행정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중국 연변대 / 절강대 객원연구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사)윤봉길기념사업회 이사
●한반도희망포럼 사무총장
●시사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