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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17 18:22
박동규의 세상만사 컬럼..마지막 집세 남기고 떠난 세모녀..사회안전망부터 살펴야
 글쓴이 : 정책기획실
조회 : 984  
<박동규의 세상만사>“마지막 집세 남기고 떠난 세모녀”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고 먹고 사는 우리가 부끄러울 뿐
정부는 ‘거대한 장밋빛 공약’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부터 살펴야
2014년 02월 28일 (금) 박동규 시사평론가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동규 시사평론가)
출근길 봄기운을 살포시 느낄 수 있었던 2월의 마지막 날. 아침 신문에 ‘마지막 월세’, ‘세 모녀의 동반자살’이란 시커먼 활자를 보는 순간 ‘아, 또’ 라는 탄식만 나왔다.
“주인 아주머니께…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생활고를 비관하며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를 읽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이렇게 허무하게 자식들과 생을 마감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의 절벽을 눈앞에서 절감했을까.
그리고 아니 왜 죽기 전에 주변에 도움이라도 청해보고 구청이라도 가보지 그랬나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세 모녀의 자살 배경 설명에는 우리사회에서 가정 파탄과 생활고로 인한 자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연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12년 전 암 투병 남편의 사망과 남겨진 빚, 생계를 책임진 부인의 식당일. 그리고 서른이 넘었지만 신용불량과 당뇨로 인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했던 두 딸... 한 줄기 희망의 빛조차 찾을 수 없었던 삶이었겠지만 두 딸이 옆에 있음을 그나마 ‘작은 행복’으로 위안삼아 삶의 무게를 겨우겨우 버티며 살아왔을지 모를 엄마의 삶. 그런 엄마는 팔을 다쳐 더 이상 빚과 삶의 무게를 못견뎌 생을 마감하게 된 것 같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이 비극적인 한 가정의 파탄과 죽음을 보며, 결국 우리는 이 나라의 ‘복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며 박 대통령은 지난 1년 전 당선됐다. ‘국민행복시대’의 핵심은 무엇인가. 국민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국민의 ‘삶의질’을 좌우하는 핵심적 정책은 국민들이 결국 ‘잘 먹고 잘사는 것’ 이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위한 경제생활,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들이 그들의 생을 국가사회에 최소한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촘촘하게 짜여진 튼튼한 사회안전망’이다.
이 세 모녀 죽음의 탓을 모두 대통령과 정부에 돌릴 생각은 없다.그러나 세모녀의 죽음은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정책과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최하위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하고 점검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함은 분명한 것 같다.
불과 며칠 전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장밋빛 경제정책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이른바 ‘474 공약’이다.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불로 끌어 올리겠다는 정책이다.
국가와 대통령이 복지와 동반성장, 상생, 국민행복시대 등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한 ‘무지갯빛 정책’을 쏘아 올리는 동안 세 모녀는 소리없이 비참한 죽음을 준비해야만 했다.
이들 세 모녀의 삶 앞에 경제성장과 국민행복시대라는 거창한 구호가 피부에 와 닿을 겨를도 없었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사회적 안전망도, 복지 도우미도, 그 흔하디흔한 도시락 배달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수많은 공약을 내걸고 약속과 신뢰의 상징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중 가장 공약을 실천하지 않고 야당과 국민들이 공약지킬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라도 내놓으라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속된말로 완전히 ‘쌩까는 정권’이 되고 말았다.
이쯤 되면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니라 ‘표만 먹은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것은 필자의 근거 없는 ‘생떼 주장’이 아니다.
최근 한국탐사 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201개의 공약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공약이행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결론은 32점으로 대학에서 59점 이하를 받으면 F학점인데, 사실상 박 정권의 공약이행은 낙제점이라고 결론 내렸다. 현재 완료됐거나 이행 중인 공약이 65개(32%),축소되거나 후퇴한 공약이 37개, 아예 폐기된 공약이 2개, 미이행 공약은 54개로 총 93개(46%)의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집계했다.
특히, 복지공약은 여당이 직접 분류한 비정규직, 장애인, 노인, 사회의 취약계층 관련 공약만 22개인데 이중 68%인 15개가 축소, 미이행, 폐기됐고 단 5개(23%)만이 진행 중이며 박 대통령이 평소 그토록 강조했던 ‘취약계층’ 대상 ‘선별적 복지’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 선거본부에서 총괄본부장으로 무거운 책임을 맡았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조차 “국민들이 공약에 속아 (박근혜)대통령을 찍었다.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인데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다. 박 대통령은 ‘내가 당선되면 어르신 여러분 한달에 20만원씩 드리겠습니다’고 말해서 노인들 표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고 고해성사를 했다.
이제 박대통령도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공약을 잘 지키지 못해 죄송한 것이 아니라, 지킬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공약도 그런 엉터리 공약인지 몰랐다고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약속한 공약도 사라진 판국에 또다시 경제혁신 3개 년이라는 장밋빛 경제정책을 믿으라고 내놓았다. 이럴 때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는다’고 해야 하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정책과 사회안전망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시스템화되어 가고 있다.
기존의 복지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을 정교하게 운영하고 복지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 나가는 정성만 있어도 스스로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모녀는 자신들의 삶이 그렇게 힘들었어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있거나 친척 등 주변에 도움의 손길조차 내밀지 않은 것 같다고 보도되고 있다.
노인 기준인 65세가 안 된 엄마와 서른 살이 넘은 성인 자녀가 있는 집이 사회복지의 제도적 혜택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는지,아니면 도움의 손길조차 내밀지 않았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조차 집주인에게 70만 원의 마지막 월세를 준비해놓고, 함께 하던 고양이까지 데리고 죽음을 택했던 세 모녀의 죽음을 보면 얼마나 주변에 손벌리기조차 주저했을까. 얼마나 남에게 폐끼치기를 싫어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던가를 짐작케 하여 더욱더 가슴이 저며온다. 정말 착하디 착한 사람들이었구나....
세 모녀님, 눈보라 치고 살을 애는 듯한 수십 년의 고통스런 삶도 살아 오셨는데... 이제 따뜻한 봄날이 오는데.. 그리고 개나리,진달래 만발할 따사로운 봄날이면 또 어떤 일말의 삶의 희망이라도 올지 모르는데 이렇게 절망 앞에 마지막 집세까지 내려놓고 가신 그 비장함을 생각하니 하루 세 끼를 먹고살아가는 우리가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제 월세 올려달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도 없고, 빚이나 병원비, 일자리 걱정 안 해도 되는 평안한 곳에서 부디 영면하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박동규 시사평론가
기고는 <시사오늘>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前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前 청와대 행정관.前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前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現 매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이사.現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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