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
국가 제1의 가치, ‘섬김의 정치·리더십’ 보여줘야
4월16일 이후 대한민국은 시간이 멈춘 듯 하다. 지금 국민들은 눈물조차 말랐고 ‘충격과 놀라움의 대못’이 가슴속 깊이 박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가족들은 매일 같이 진도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생때같은 어린학생과 실종자들의 늘어가는 생과의 이별 숫자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 어디 한곳에서도 희망은 보이질 않고 있다.
대통령이 사고 초기 현장을 방문했지만 기대도 잠시, 그 이후 벌어진 정부의 구조대책이라는 것이 결국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무능과 불신만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민망하고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대한민국의 쌩얼’ 만을 온 세상에 보여주고 말았다.
숨죽이며 어린 한 생명이라도 기적같이 우리품에 안겨주길 바랐던 국민들은 이제 그 한가닥 기대조차 접었다. 정부와 공무원들에 대한 분노는 이제 대통령에게로 직접 향하고 있다. 그 분노의 분수령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여전한 ‘면피성 책임’과 ‘미숙한 사과’로 촉발된 점이 크다 할 것이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가재난과 위기관리의 최종 컨터롤 타워는 누가 뭐래도, 또 설령 법규에 박혀있지 않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대통령의 책임있는 조치와 대처, 사과 방식들에 대해 언론들은 ‘유체 이탈식 책임 추궁’, ‘제왕적 리더십’에 의존한 ‘호통과 군기잡기’등으로 표현하며 세월호 사고를 둘러싼 모든 문제점에서 한발 비켜 나서 세월호 회사와 공무원들의 탓만 하는게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4월29일 맥없이 스러져간 어린생명들의 분향소를 조문한 후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사고의 후속대책을 커다란 ‘화두’로 내놓았다. ‘국가개조론’과 ‘국가안전처’의 신설 추진 등 등…세월호 참사에 국가개조론이라니 언뜻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국가안전처의 신설도 그리 새롭지 않다.모두가 지난시절 익히 봐왔던 흑백영상 속 한 장면 같다. 세월호 대책의 본질이라 하기엔 너무 안이하고 너무나 ‘먼 곳의 그림’이자 ‘거대담론’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보수 세력은 ‘안보와 안전’에 있어서 진보 개혁 세력보다 우위를 점해왔고 박근혜 정권도 그런 믿음에서 정권을 획득한 면이 크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안전한 대한민국’ 그리고 ‘안전행정부’를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게 아닌가. 그런데 이런 믿음과 약속이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현정권 안전에 대한 믿음 무너져
국정원, 군 사이버 사령부 등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야당과 국민들의 끈질긴 사과 요구에도 꿈쩍도 않던 대통령.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 추궁에도 요지부동이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결국 추락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고 수습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보수세력의 안전과 안보에 대한 믿음이 받쳐왔던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박대통령의 ‘강력한 제왕적 리더십’이 세월호 참사 앞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조차 허물어 진 것이다. 차라리 이런 때에는 비민주적이지만 제왕적 리더십이라도 제대로 힘을 쓴다면 어린생명들이 우리품안에 다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란 한가닥 희망조차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도려 내겠다.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며 개탄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구조와 수습대책이 과거부터 척결되지 않은 폐단이 지금까지 쌓여왔는데도 그냥 놔둬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대통령의 정확한 진단이나 상황인식은 아닌 것 같다.
박대통령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내걸었지만 이미 대규모 해상오염 사태가 발생했고, 불과 두 달전인 2월에는 부산외대생들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 지붕붕괴 사고로 수많은 학생이 죽고 다쳤을 때도 국무회의에서 ‘안전 불감증’과 ‘잘못된 제도적 적폐를 개선’하라고 지시도 했다.
당시 하신 말씀인즉 “신학기를 앞두고 학생집단 연수에 대한 안전 긴급 점검을 실시해 달라, 시설 기준 준수, 안전조치, 대피시스템 등 사고의 근원적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관계부처는 우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또 현장을 잘 조사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찾아내고 그 부분을 보강하기 위한 정교한 대책을 만들어서 착실히 집행해야 된다"고…
잘못 된 적폐가 ‘과거’가 아닌 ‘현 정권’ 하에서 더욱더 공고하게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규정과 룰을 지키지 않았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불법행위에 대해 ‘불통’과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해온 것들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규범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 일 없다는 ‘무사안일의 적폐’를 더욱 굳게 해 온 ‘버팀목’들은 아니었는지 국민들은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에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선 안되는 이유”라는 한 맺힌 토로의 글이 조회수 50만을 넘고, 고등학교 3학년생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목숨 걸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씁니다”라며 대통령의 헌법위반을 적시하여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폭발한 민심의 향배가 청와대를 종착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에 분노한 국민들의 공분은 ‘국가개조론’이나 ‘국가안전처’의 신설이라는 ‘메시지의 위로’, ‘메세지의 대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의 겸손과 진정성 있는 ‘섬김의 정치’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여부와 형식을 둘러싸고 이렇게 말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잘못에 대한 사과가 그 무슨 대단한 일인가. 지금 수십 번 수백 번 사과한들 대통령의 통치권과 국가 안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수십 번 수백 번의 사과로 꽃다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찢어진 가슴과 어린 영혼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만 있다면야 수백 번 사과한들 그 무슨 체면상할 일인가…
야당 반사이익 아닌 수권정당 면모 갖춰야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여론은 거세다. 그렇다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 특히 야당 역시 반사이득을 기대한다면 큰 패착에 직면할 것이란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야당과 개혁세력은 도덕성과 진정성을 보수 세력보다 상대적 우위를 내 세운다. 특히 야당은 현 정권에 무지와 무능과 비겁함 질타하는 국민의 분노를 관망만 해선 안된다. 국가를 정말 올바르게 운영하고 국민의 안녕을 제일주의로 하는 ‘능력과 신뢰받는 수권정당의 리더십’으로 남은 임기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있어선 보수세력보다 더 확고한 비젼과 대안을 가지고 책임감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안정당 수권정당이 되려면 ‘차별화된 위기관리 프로그램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적 평가도 받아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그리고 야당을 포함한 모든 정치권과 우리는 이제 다시 ‘섬김의 정치’의 소중함을 되새겨 실천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가 제1의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존엄 앞에 겸손한 ‘섬김의 정치’,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악몽을 단순한 정부개조와 공무원 개조로 위기돌파하려 한다면 큰 착오이다. ‘국민집단 우울증’에 대한 어머니 마음 같은 ‘포근한 리더십’과 한없이 낮춘 ‘섬김의 정치지도자’의 출현과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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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표>